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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나와함께withme 2024. 2. 15. 14:30

 

 

[지은이]

김상욱 : 물리학자

 

[들어가며]

우주는 떨림입니다
정지한 것들도 사실은 모두 떨고 있습니다
소리는 떨림이고 빛도 떨림입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합니다
인간은 울림입니다

[내용]

1. 우연과 필연

날아다니는 벌을 보십시오 이들은 꿀을 구할 목적으로 꽃을 찾고 동료들에게 위치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자연법칙이 이러한 의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자연에 의도가 있다는 생각은 근대과학의 기본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우주에 의도가 있다고 하면 모든 과학적 난제가 일거에 해결됩니다 우주는 왜 생겨났나? 신의 의도 때문이다 인간은 왜 존재하나? 신이 원해서이다 많은 문명이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제에 답을 해왔습니다 우리도 뭔가 이해 안 되는 일이 벌어지면  하늘의 뜻이라고 합니다 서양의 근대과학이 특별한 것은  바로 신의 의도를 제거하고 세상을 이해하려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생명이 보여주는 생존의 욕구 더 많은 자손을 남기려는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 현재 우리가 가진 과학적인 답은 '진화론'입니다 진화에는 의도가 없습니다 주사위 던지듯이 무작위로 모든 가능성이 펼쳐집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들도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선택된 행동일 뿐입니다 진화론의 시각에서 생명은 우연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필연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그렇게 해석하는 것뿐입니다 원자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에서는 더 이상 뉴턴역학과 같이 결정된 미래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뉴턴역학에서는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으나 원자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양자역학적 결과는 우연이 지배합니다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왜 특정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주사위를 던져 왜 하필 '1'이 나왔냐고 묻는 거랑 비슷합니다 이처럼 진화는 우연히 일어납니다 우연으로 선택된 수많은 사건의 연쇄에 의미를 아니 더 나아가 의도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연은 필연이 됩니다 하지만 거기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리학에는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의 원인이 그다음 순간의 결과를 만들어 가는 식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것입니다이런 경우 우주의 '의도'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것은 신의 존재를 믿는 인간의 본성과 일어난 일을 인간이 해석하는 방법일 뿐 두 경우 모두 세상은 수학으로 굴러갑니다 수학에 의도 따위는 없습니다

2. 나비효과

뉴턴법칙에 따른 규칙은 크게 선형과 비선형의 두 종류로 나뉩니다 선형의 경우 규칙이 단순하여 미래예측이 쉽습니다한 번에 1미터씩 움직이는 사람은 100번이 지나면 100미터 위치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선형의 경우는 다릅니다 숫자가 규칙성 없이 무작위로 나오기 때문에 100번째까지 차례대로 일일이 계산해보기 전에 100번째 위치를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카오스'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카오스는 말 그대로 예측하기 힘든 복잡한 운동을 말합니다 100번째 위치는 분명 결정되어 있는데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정해져 있는데 알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요 우리는 종종 '동전 던지기'로 운명을 결정합니다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동전이 손을 떠나는 순간 결과는 정해집니다이것은 뉴턴역학의 결정론입니다 그런데 왜 결과를 모를까요 중력하에서 날아가는 물체의 운동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법칙이 있다고 해서 결과를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형의 경우는 예측 가능하지만 비선형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선형이라고 모두 카오스는 아니지만 선형에서는 절대 카오스가 나올 수 없습니다 자연의 운동은 대부분 비선형입니다 대부분의 운동을 '비선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선형 중심의 생각입니다 마치 모든 동물을 '비인간'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카오스에서는 왜 정해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인지 뒷면인지를 예측하려면 동전이 손을 떠나는 순간 동전의 초기조건을 알아야 합니다 동전의 위치 속도 동전이 기울어진 각도 등이 그것입니다 '나비효과'라는 시간여행을 다른 영화에서 주인공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자꾸 과거로 돌아갑니다 과거를 조금 바꾸면 미래가 원하는 대로 되리라는 희망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초기조건에 민감한 물리계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3. 양자역학 태어나다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라는 서양속담이 있습니다 보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눈앞에 스마트폰이 보인다고 했을 때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우선 빛이 스마트폰에 맞아 튕겨 나옵니다 튕겨 나온 빛은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그 일부가 우리 눈에 도달합니다 수정체를 통과하며 굴절된 빛은 망막에 스마트폰의 상을 맺습니다 망막에 있는 세포는 빛을 감지하여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뇌로 이동하면 우리는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본 것'은 본 '것'과 같은 것일까요 우리 뇌에 떠오른 심상은 물체와 같은 모습일까요 과학의 역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하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바이러스보다  훨씬 작은 원자를 연구했습니다 당연히 원자를 둘러싸고 있는 전자의 운동을 설명해보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전자가 유령처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으니 다수의 물리학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25세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질문을 던집니다 전자가 공처럼 행동한다는 기본 관념을 내던지고 오로지 직접 알 수 있는 물리량들만 가지고 이론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전자는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이동할 때는 그냥 점프를 해야 합니다 한 궤도에서 사라져서 다른 궤도에 짠 하고 나타나야 하니까요 전자가 이렇게 점프를 할 때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합니다 우리가 원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점프할 때 드나드는 빛뿐입니다 빛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점프의 '시작하는 상태'와 '끝나는 상태'가 반드시 정해져야 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려면 입구와 출구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리에서는 입구와 출구 모두 에너지로 기술됩니다 즉 시작 에너지와 끝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가로 방향을 시작 에너지 세로 방향을 끝 에너지 순서로 이들을 늘어세우면 2차원 격자 모양의 배열이 얻어지는데 이런 숫자들의 배열을 수학에서는 '행렬'이라고 부릅니다 하이젠베르크는 '원자는 행렬이다'라고 선언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에서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에르빈 슈뢰딩거는 파동역학을 내놓습니다 전자의 이중성 그러니까 전자가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양자이론입니다 세상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고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원자를 설명해 줍니다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은 다르게 생겼음에도 동일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수학적으로 두 이론이 동일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오늘날 물리학자들은 두 가지 방법 모두를 자유 자재로 사용합니다 스마트폰에 빛이 부딪히고 튕겨 나올 때 그 충격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전자는 무지하게 작기 때문에 빛과의 충돌로 휘청거리고 원래의 위치에서 벗어납니다 전자에 빛이 닿을 때마다 움직인다면 우리는 전자의 현재 위치를 결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전자는 어느 위치엔가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원자의 세상에서 우리는 대상에 대해 모든 것을 완벽히 알아낼 수 없습니다 현재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면 나중의 정확한 위치를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은 무엇을 예측하는 것일까요 전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결과를 모아보면 슈뢰딩거 방정식이 예측하는 확률분포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매번 무작위로 숫자가 나오지만 모아보면 각 면이 나올 확률은 정확히 6분의 1인 주사위 던지기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리처드 파인먼은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고 단언했습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리처드 파인먼

[나가며]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인정합니다 안다고 할 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를 때 아는 체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이것은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입니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입니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데서 옵니다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입니다 

 

[책 내용이 담긴 동영상]

https://youtu.be/dW_jouGSwhk?si=61DsjFnmAPBs08Z5